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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 한 장 - 마지막에야 카메라를 들게 되는 이유

by birdi 2025. 12. 27.

난로. 빨간 불꽃이 일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난로 위에는 주전자와 그 안에 일본식 술병이 놓여있다.
난로

 

 

가장 늦게 찍힌 사진은 늘 비슷하다


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을 가만히 보면 공통점이 있다. 풍경은 특별하지 않고, 구도도 완벽하지 않다. 어떤 사진은 흔들려 있고, 어떤 사진은 의도 없이 찍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사진이 가장 오래 남는다. 여행 내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다가, 마지막에야 남긴 한 장이 유독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때의 마음 상태가 사진에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에는 더 이상 보여줄 사람이 없어진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여행의 끝에서는 사진을 찍는 이유가 달라진다.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 된다. 그래서 마지막 사진은 설명이 필요 없다. 잘 찍었는지, 예쁜지보다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지만 중요해진다.
그 사진을 다시 열어볼 때, 우리는 풍경보다 당시의 공기를 먼저 떠올린다. 그날의 온도, 바람의 방향, 발바닥에 전해지던 감각까지도 함께 떠오른다. 그래서 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은 언제나 조금 늦고, 조금 조용하다. 하지만 그만큼 솔직하다.

 

 

 

 

사진 속에 담긴 건 풍경이 아니라 마음이다


여행 후에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온다. 분명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인데, 어떤 사진은 바로 넘기게 되고 어떤 사진은 한참을 보게 된다. 기술적인 차이 때문이 아니다. 그 사진에 담긴 감정의 밀도 때문이다. 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에는 감정이 덜 섞여 있다. 기대도, 설렘도, 긴장도 빠진 상태에서 찍혔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또렷하다.
마지막 사진 속의 나는 더 이상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 익숙해진 표정, 서두르지 않는 시선, 그리고 곧 떠날 사람의 거리감이 함께 담겨 있다. 그 사진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여행의 결말에 가깝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우리는 종종 여행을 사진으로 기억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진을 통해 마음을 다시 꺼내본다. 특히 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은 그 역할을 더 잘 해낸다. 그 사진을 보면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잘 다녀왔다는 감정이 먼저 든다. 그것만으로도 그 사진은 충분한 기록이 된다.

 

 

 

 

한 장의 사진이 여행을 마무리하는 방식


여행이 끝났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은 공항이 아니라, 사진을 정리할 때 찾아온다.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마지막에 찍힌 한 장을 발견하는 순간, 그제야 여행이 과거형이 된다. 그 사진은 여행의 끝을 알리는 표시이자, 기억 속에 이 여행을 저장하는 버튼 같다.
여행의 마지막 사진은 대개 의식적으로 찍지 않는다. 그냥 걷다가, 잠시 멈췄다가, 습관처럼 카메라를 들었다가 찍는다. 그래서 더 진짜 같다. 그 사진에는 여행을 정리하려는 의도보다, 이 순간을 그대로 두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사진을 볼 때, 우리는 그 도시 전체를 떠올린다. 마지막 밤의 조용함, 떠나기 전의 담담함, 그리고 돌아와서도 한동안 남아 있던 여운까지. 한 장의 사진이 여행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은 늘 한 장이면 충분하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우리는 그 여행을 다시 꺼내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