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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8

다음 여행을 준비하며 - 작별의 순간이 다시 출발이 되는 이유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뒤에야 보이는 것들여행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여행에 대해 더 또렷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여행 중에는 그저 흘려보냈던 순간들이 하나씩 정리되어 떠오르고, 그때는 중요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이제야 의미를 가진다. 급하게 찍은 사진 한 장,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던 벤치, 마지막 날 괜히 오래 머물렀던 장소까지도 모두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끝을 인정한다는 건 여행을 밀어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여행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는 감정이 현재에 머물러 흔들리지만, 끝났다고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여행은 기억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제야 우리는 여행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볼 수 있게 된다. 좋았던 순간도, 아쉬웠던 순간도 과.. 2025. 12. 27.
여행의 끝 - 마음이 끝을 받아들이는 시간 이미 돌아왔는데도 끝나지 않은 느낌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렸고, 집에 돌아왔고, 캐리어도 정리했다. 일정표는 이미 과거가 되었고, 사진은 갤러리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조건은 여행이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데, 마음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여행이 남긴 감정이 일상보다 조금 더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일상은 빠르게 현재로 돌아오라고 재촉하지만,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끝난 여행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갑자기 그 도시의 거리나 냄새, 공기가 떠오른다. 여행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다.이 시기에는 여행이 현재처럼 느껴진다.. 2025. 12. 27.
여행이 끝난 뒤 일상이 낯설어질 때 -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마음 익숙한 공간이 갑자기 어색해지는 순간여행에서 돌아온 첫날, 집의 문을 열면 늘 같은 풍경이 있다. 놓아둔 신발, 변하지 않은 가구 배치, 떠나기 전과 다를 것 없는 공기.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익숙함이 낯설게 느껴진다. 분명 내가 살아오던 공간인데, 잠시 비운 사이에 내가 이곳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것이 새로웠는데, 돌아오자마자 새로워진 건 오히려 일상 쪽이다.짐을 풀면서도 마음은 아직 캐리어 안에 남아 있다. 옷을 꺼내면서도 여행지의 공기와 냄새가 함께 따라 나온다.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동시에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상은 갑자기 낯설어진다. 해야 할 일들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 얹힌 감정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이 낯섦은 불편함이라기보다.. 2025. 12. 27.
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 한 장 - 마지막에야 카메라를 들게 되는 이유 가장 늦게 찍힌 사진은 늘 비슷하다여행의 끝에서 찍은 사진을 가만히 보면 공통점이 있다. 풍경은 특별하지 않고, 구도도 완벽하지 않다. 어떤 사진은 흔들려 있고, 어떤 사진은 의도 없이 찍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사진이 가장 오래 남는다. 여행 내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다가, 마지막에야 남긴 한 장이 유독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때의 마음 상태가 사진에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이다.마지막 날에는 더 이상 보여줄 사람이 없어진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여행의 끝에서는 사진을 찍는 이유가 달라진다.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 된다. 그래서 마지막 사진은 설명이 필요 없다. 잘 찍었는지, 예쁜지보다 그 순간을 기억.. 2025. 12. 27.
마지막 밤이 가장 조용한 이유 - 여행의 끝에서 마음이 먼저 멈추는 순간 더 이상 채우지 않게 되는 밤 여행의 마지막 밤은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시간이다. 도착한 첫날에는 밤이 부족해서, 몸이 피곤해도 거리를 더 걷고 싶고 불이 켜진 가게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밤이 되면 그 욕심이 사라진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굳이 무언가를 더 하지 않는다. 이미 이 도시에서 받을 수 있는 감정은 충분히 받았다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짐은 대부분 정리되어 있고, 내일 입을 옷은 이미 꺼내 놓은 상태다. 캐리어의 지퍼를 끝까지 닫지 않은 채, 괜히 다시 열어본다. 더 넣을 것은 없지만, 이 여행이 정말 끝났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어서다. 마지막 밤에는 새로운 계획 대신, 그동안 스쳐간 장면들이 천천히 떠오른다. 골목의 냄새, .. 2025. 12. 26.
사진 속 풍경보다 오래 남는 것은 그때의 마음이다 -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이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 이유 여행을 다녀오면 수백 장의 사진이 남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진 속 풍경보다 그때의 마음이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진은 그 장소를 기록하지만, 마음은 그 순간의 나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된 여행 사진을 다시 보다가도 그 당시의 감정이 먼저 되살아난다. 이번 글은 여행의 기억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이 결국 ‘감정’이라는 사실, 그리고 사진 너머에 숨겨진 여행의 여운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감정의 결이 있다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의 빛과 풍경은 정확하게 담겨 있지만, 그 속에 있는 나의 감정은 직접 기억하지 않는 이상 이미지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어떤 사진은 예뻐 보이는데도 그날의 나는 사실 조금 외로웠을 수도 있고, 평범한 장면인데도 그날의 나는 이상하게 가.. 2025. 12. 11.